2022. 3. 10.

출시 1년 후 앱스토어 1위가 된 '가슴속 3천원'

https://www.wanted.co.kr/events/22_03_s04_b02


이 아티클은 <트렌드가 된 사이드 프로젝트> 시리즈의 2화입니다. 



개발은 내가 할게, 디자인은 누가 할래?  
살다 보면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잘 하는 사람을 볼 때 더욱 그렇죠. 그런데 부럽다고 장점을 따라 하려 한다면 잘 할 수 있을까요? 내가 잘하는 건 따로 있는데 말이에요. 붕어빵 가게의 위치를 알려주는 '가슴속 3천원' 앱은 개발자와 디자이너 6명이 모여 만든 사이드 프로젝트입니다. 개발자에게 없는 부분은 디자이너가, 디자이너에게 없는 부분은 개발자가 채워주면서 시작되었죠. 

▶ ‘가슴속 3천원’ 앱 스토어 



ⓒ 가슴속 3천원

 

Q. 디프만은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모여 서비스를 만드는 프로젝트 동아리예요. 디프만 7기 활동을 통해 어떤 걸 얻고자 하셨나요? 

유현식 채용 공고를 보면 프로젝트 경험을 우대하는 곳이 많은데, 대학생으로서 그런 경험을 쌓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서비스 만들면 대박날 거 같은데, 왜 없지?’라는 생각을 해보잖아요. 그런데 개발자는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있어도 서비스를 디자인할 능력이 없어요. 반면 디자이너는 디자인 역량은 있지만 서비스를 만들 기술이 없고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윤이 디프만을 통해 개발자랑 일하면서 내가 디자인한 앱을 세상에 내놓겠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혼자 사이드 프로젝트로 디자인하다 보니 개발이 불가능한 디자인이나 사용성이 떨어지는 디자인을 할 때가 있었거든요. 부족함을 채우려면 개발자와 일을 하며 시각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양효정 졸업을 하면 회사에 들어가 개발자와 협업할 일이 많을 텐데 그런 경험이 없다 보니 취업 걱정이 되더라고요. 유능한 디자이너들도 만나보고 싶었고요. 특히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출시까지 경험해 보는 건 흔치 않아 참여하게 됐습니다. 



함께 프로젝트 작업을 하며 ⓒ 가슴속 3천원

 

Q. 현재는 세 분 모두 직장인이라고 하셨어요. 디프만 활동도 끝났고 매주 한 번씩 프로젝트로 모인다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유현식 직장에 다니니까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가슴속 3천원’ 서비스가 처음 출시됐을 때는 운영을 거의 못했고요. 그렇게 1년이 흘렀는데 갑자기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셔서 동기부여를 받고 운영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웃음)



IOS 차트 1위를 한 ‘가슴속 3천원’ ⓒ 가슴속 3천원

 

어느 날 눈 떠보니 트렌드가 돼버렸다
하루 사용자 2만 명, 누적 다운로드 8만 회, 앱 스토어 1위에 등극한 ‘가슴속 3천원’. 출시 당시만 해도 월 100명 정도의 사용자가 있었던 ‘가슴속 3천원’이 1년 후 큰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국민 길거리 음식 앱이 되고 싶다는 ‘가슴속 3천원’ 성장의 비밀을 찾아보았습니다. 

 
Q. 붕어빵 판매 위치를 알려주는 ‘가슴속 3천원’ 서비스 탄생 비화가 궁금합니다. 

유현식 붕어빵은 겨울이면 생각나는 음식이잖아요. 그런데 막상 먹으려고 찾으면 어디 있는지 안 보이더라고요. 네이버에 검색을 해도 길거리 음식이라 위치가 뜨지도 않고요. 찾아보니 '대동풀빵여지도'라고 풀빵 판매 위치를 알려주는 웹사이트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운영하지 않아 직접 만드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효정 님께 공유드렸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러면서 요즘 '붕어빵 언제 마주칠지 모르니까 가슴속에 3천원을 항상 품고 있어야 한다'는 밈도 알려주셨어요. 거기서 영감을 얻어 ‘가슴속 3천원’이라는 이름이 나오게 됐어요. 

 
Q. 사용자가 붕어빵 위치를 직접 등록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유현식 붕어빵 같은 길거리 음식은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도 위치가 뜨지 않아요. 그렇다고 포탈이 해주지 않는 걸 소규모 팀이 등록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어떻게 기술을 구현해야 할지 고민이 컸어요. 그러던 중 ‘사용자가 직접 등록하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고, 사용자가 붕어빵 가게를 발견하면 직접 앱에 등록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운영하다 보니 가게가 사라지더라도 한번 등록된 가게의 데이터는 앱에 그대로 남아 있어 다른 사용자들이 헛걸음을 하는 문제가 생겼어요. 그래서 위치 기반으로 인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자가 붕어빵 가게에 도착해 인증하기 버튼을 누르면 숫자가 쌓이도록 개선했습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붕어빵 가게가 있을 확률이 높으니 헛걸음할 일도 줄어들 테니까요. 


다양한 길거리 음식의 위치는 물론이고 결제방식과 메뉴도 확인할 수 있다. ⓒ 가슴속 3천원

 

Q. 두 달 만에 빠르게 완성한 프로젝트라고 알고 있어요.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떤 걸까요? 

이윤이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보니 이것도 넣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자꾸 넣으려고 할수록 할 일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딜레이 되잖아요. 그래서 가장 필요한 기능을 나열해 우선순위로 구분하고 순서대로 시작했어요. 

기획 단계에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붕어빵의 위치’였어요. 그리고 사용자가 붕어빵 가게 위치를 앱에 제보하는 과정을 담아내야 했고요. 그래서 ‘붕어빵을 살 때 어떤 정보가 필요할까’ ‘사용자가 정보를 어디까지 공유하게 만들어야 할까’를 정리해야 했죠. 

예를 들어 붕어빵 맛 평가를 남길 수 있는 ‘후기 기능’이라든지 ‘별점 기능’은 있으면 좋아요. 그런데 해당 기능이 없다고 해서 붕어빵을 못 사러 가는 건 아니잖아요. 이런 식으로 없으면 절대 안 되는 것과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되는 것을 구분했어요. 그다음 해당 기능을 최대한 적은 페이지에 담아냈고요. 덕분에 효율적인 것만 남겨 계획했던 일정에 맞춰 배포할 수 있었습니다. 



ⓒ 가슴속 3천원

 

Q. 출시 초반에는 월 100명 정도 사용했다고요. 앱을 알리기 위해 홍보도 하셨나요? 

양효정 붕어빵 위치를 알려면 사용자가 가게를 방문하고 위치를 등록해야 하는데 사용자가 적으니 어려웠어요. 물론 팀원들끼리 앱을 설치하고, 붕어빵 가게를 찾아 등록해 나갔지만 저희가 모든 붕어빵 가게를 찾아다니기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몇 만 원 정도 사용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도 집행했는데 노출 수에 비해 다운로드랑 유입은 적더라고요. 금액도 부담되고 중단하게 됐어요. 



바이럴 시작이 된 ‘가슴속 3천원’ 트윗 ⓒ nube



Q. 출시된 지 1년 후부터 갑작스러운 인기를 얻게 됐어요.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현식 솔직히 운도 조금 있었어요. 'nube'라는 트위터리안이 소개하고 나서 커뮤니티에 조금씩 바이럴이 되었거든요. 그 계기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분이 사용해 주셨던 거 같아요. 

이윤이 귀엽고 빵실빵실한 이모티콘도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캐릭터들이 각기 특색 있고 귀엽잖아요. 귀엽지 않나요?(일동 웃음) 

 
Q. 고객 문의 사항도 늘어났을 것 같아요. 

유현식 ‘카테고리를 더 추가해 주세요’라는 문의가 많았어요. 처음에는 팀원들의 취향을 반영한 5개의 음식 카테고리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음식을 원하시더라고요. 요청 주신 음식들을 리스트 업해서 현재 리소스로 가능한 것들을 추리고,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걸 다시 추려 냈어요. 중요한 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을 먼저 개발하는 거니까요. 


익선동에서 진행한 ‘가슴속 3천원’ 오프라인 이벤트 ⓒ 가슴속 3천원

 

Q. 최근에 마케터 채용도 하셨다고요.

유현식 시간이 흐르고 사용자가 더 많이 유입되면서 현재 멤버로 감당이 어렵더라고요. 기업 협업 요청도 들어오고,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팀을 알리고 소통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요. 

이윤이 인스타그램 계정과 미디엄 블로그도 개설하면서 열심히 홍보 중이랍니다. 최근 익선동에서 오프라인 이벤트도 열었고요. 앞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가슴속 3천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거예요.

 
Q. ‘가슴속 3천원’ 팀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앞으로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유현식 앱의 고질병인 ‘데이터 신뢰도’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에요. 유저가 가게를 발견하고 제보하면 바로 등록되는 시스템이기에 100% 신뢰하기는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의 신뢰도를 높이려고 고민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길거리 음식은 가슴속 3천원이지’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이윤이 맞아요. ‘가슴속 3천원’이라고 하면 SNS에서 유행했던 밈이 아니라 저희 앱을 먼저 떠올리게 만들고 싶습니다.(웃음)



길거리 음식을 표현한 ‘가슴속 3천원’의 귀여운 일러스트 이미지 ⓒ 가슴속 3천원



나만의 비밀 사수, 사이드 프로젝트 
원하는 회사에 원하는 직무로 입사하기. 정말 행복한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원하는 일만 할 수는 없겠죠. 때로 다른 업무를 해보고 싶거나 회사의 색깔과 맞지 않는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실행해 보고 싶을 거예요. 이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로 전 국민 앱이 되어버린 ‘가슴속 3천원’ 팀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걸 배웠을까요. 


Q. 이번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걸 배우셨을 것 같아요.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유현식 어떻게 보면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한 앱인데요. 많은 분이 참여해 주셔서 다수의 유저가 저희 서비스에 공감하고 필요를 느꼈구나를 알 수 있었어요. 붕어빵에 진심인 분들이 진짜 많더라고요.(웃음) 특히 회사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해볼 수 있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회사를 다니면 대부분 프로젝트의 일부만 경험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사이드 프로젝트는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개입하고, 개발자 직무 외 다른 직무까지 경험하게 되어 성장한 기분이 들어요. 

이윤이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나의 아이디어, 나의 제안이 오롯이 반영되지 않을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가슴속 3천원’은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서비스고 동료들도 일로 만난 사이가 아니다 보니 자유롭게 의견을 제안하고 수용하죠. 실제로 배포도 됐고요. 서비스를 내 의도대로 운영하고, 사용자와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기회라니 귀한 경험이라고 느껴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길거리 음식 상인분들이 ‘가슴속 3천원’을 다 아신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직접 제보하시기도 해요. 최근 코로나 때문에 많은 소상공인분이 힘드신데 저희 앱이 사장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양효정 자유롭다는 게 프로젝트를 이어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어요. 성과 압박도 없고요. 특히 디자이너라면 ‘그래픽 갈증’에 대해 공감하실 텐데요. 저 또한 회사의 그래픽 아이덴티티를 저의 취향껏 정할 수 없다는 게 항상 아쉬웠는데, 이번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갈증을 풀 수 있었어요. 심지어 제가 만든 것들을 유저가 사용하기까지 하니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Q.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원티드 독자분들께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유현식 일단 저지르세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만 빠르게 만들어서 세상에 보여주세요. 만들다 보면 사소해 보이는 기능인데도 생각보다 큰 리소스가 들어가기 때문에 고민만 하면 지체돼요. 그러니 빠르게 만들고 운영해 보세요. 그러면 적더라도 친구들이나 유저에게 피드백을 받기 시작할 거예요. 피드백을 하면서 더 발전하게 되고요.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이어질 겁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실패는 각오하셔야 해요.

이윤이 여러분들도 살면서 한 번쯤은 ‘이거 만들면 대박이겠다!’라고 생각한 적 있을 거예요. 이런 아이디어들이 떠오를 때마다 어딘가 기록해 보세요. 나중에 프로젝트를 하며 만들어볼 기회가 생기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거예요. 

양효정 시작하기 전에 이런저런 고민 많이 하실 텐데요. 저도 그랬어요. 특히 회사를 다니며 퇴근 후 뭔가를 더 한다는 자체가 어렵잖아요. ‘일정이 빠듯해서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으로 망설였었죠. 그런데 회사 안에서 주어진 역할만 하다 보면 나만의 재밌고 창의적인 생각들이 어디론가 흩어진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보면 이런 부분이 충족되실 거예요. 또, 소소한 인원으로 서로 끈끈하게 도와주는 맛도 있답니다. 그러니 고민하지 마세요.


ⓒ 가슴속 3천원



Q. ‘가슴속 3천원’을 만들면서 붕어빵을 많이 드셨다고 들었어요. 여러분의 붕어빵 취향 살짝 공개할 수 있을까요? 

유현식 붕어빵을 진짜 좋아했는데요. ‘가슴속 3천원’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붕어빵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요즘엔 호두과자가 맛있더라고요.(웃음) 

이윤이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나요? ‘가슴속 3천원’이 붕어빵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라 그동안 숨겨왔었는데요. 사실 저는 붕어빵보다 문어빵을 더 좋아해요.(일동 웃음) 

양효정 팥 붕어빵, 슈크림 붕어빵 둘 다 맛있지만 그래도 오리지널이 최고죠. 저는 팥붕이 좋습니다. 특히 바삭한 꼬리부터 먹는 걸 좋아해요.



▶ <트렌드가 된 사이드 프로젝트> 시리즈 보러 가기 



CREDIT
김한나ㅣ원티드 콘텐츠 에디터